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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전문가 칼럼] 조직슬라이드를 보지도 않고 결과가 바뀌는 의료자문

 

(조세금융신문=한규홍 손해사정사) 의료자문은 보험회사와 청구자 간의 보험금 지급 사유에 관하여 이견이 있을 때 시행되는 절차이다. 꽤나 공정해 보이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 절차로 인한 분쟁은 과거부터 현재 진행형이며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분쟁이다.

 

서로 협의하에 선정한다고 되어 있으나 대부분은 보험회사와 자문 계약을 체결한 병원이나 의료자문 업체의 거래처인 병원만 선택 가능하다. 의료자문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은 보험회사가 부담한다. 자문을 시행하는 의사는 보험회사가 선정한 의료자문 업체나 보험회사로부터 자문 비용을 받게 된다.

 

약관 규정

보험수익자와 회사가 보험금 지급사유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 때는 보험수익자와 회사가 함께 제3자를 정하고 그 제3자의 의견에 따를 수 있습니다. 제3자는 의료법 제3조(의료기관)에 규정한 종합병원 소속 전문의 중에 정하며, 보험금 지급사유 판정에 드는 의료비용은 회사가 전액 부담합니다.

 

개인이 가입한 보험금 청구 건은 피보험자의 질병, 부상 등으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의학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후유장해에서 주로 시행되던 의료자문이 각종 진단비 청구 건에서부터 실비나 수술비 등 다양한 보험금에서 시행되고 있다. 의료자문이 공정하게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간간이 등장하는 부당한 의료자문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쌓인 자문 내용에 대한 데이터에 따라 미리 결과를 예상하고 진행하는 의료자문도 있으며 소개할 사례와 같이 조직슬라이드를 현미경으로 보지 않았음에도 환자가 치료한 병원에서 판독한 결과와 다른 소견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사례를 살펴보자.

 

#피보험자 A씨는 대학병원에서 난소 수술을 받았고 병리의사의 조직검사를 통해 보험에서 암으로 볼 수 있는 종양이 발견되어 암보험금을 청구하였다.

진단 적정성의 검토를 위해 의료자문을 시행한다는 보험회사측의 안내가 있었다. 청구자는 피해가 많은 제도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직슬라이드는 제공하지 않았다. 의무기록으로만 시행된 자문이다.

서류만으로 시행된 의료자문은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수술을 받은 대학병원에서 판정된 종양과는 다른 종양으로 볼 수 있다는 자문 결과가 나왔다. 특정한 조직이 50% 이상 관찰되어야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슬라이드를 보지도 않고 종양의 성질과 분류를 변경한 것이다.

의무기록 어디에도 50% 이상의 특정 조직이 관찰된다는 내용이 없었지만 자문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종양의 분류가 변경되었고 보험회사는 확보한 의료자문 자료를 토대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고 안내하였다.

 

사례의 의료자문 회신서의 내용을 직접 확인하였다.

 

자문의는 암이 아니라는 확정적인 주장을 했지만 자문 회신서 아래에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아니하고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것임을 밝히며, 환자를 직접 진료한 경우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추가로 서류심사이므로 소송자료로 사용할 수 없고 추가적 자료가 있는 경우 재심사가 필요하며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것이므로 법적 송무 자료로 사용 시에는 무효라는 문구가 작성되어 있었다. 또한 의학적 사실에만 근거한 순수 의료자문이기 때문에 대면과 면담은 사절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자문의가 자문 회신서에 작성한 내용이 확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작성된 문구들이 있었지만 보험회사는 확보한 의료자문 자료를 토대로 보험금이 처리를 거부하였다. 자문의가 암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보험금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청구자는 보험회사의 주장이 맞는지를 따져보기 위하여 다른 병원에 조직슬라이드와 함께 추가로 내원하였고 전문의는 보험회사가 선정한 자문의사가 판정한 종양은 아니라고 환자에게 설명하였다.

 

소개한 사례처럼 의료자문 회신서가 보험금 지급 거절의 증거로 쓰이고 있다.

 

보험회사의 의료자문이 100% 잘못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소개한 사례처럼 황당한 의료자문으로 보험금 처리가 거절되는 사례들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의료자문 동의서에 관한 내용을 검색해보면 죄다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밖에 안 보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의료자문 절차에 대한 개선만 할 것이 아니라 자문의 소견과 진단이 맞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프로필] 한규홍 한결손해사정 대표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 금융소비자원 서울센터장
 •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손해사정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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