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손실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우정사업본부가 2심에서 배상액이 10분의 1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대우조선이 회계장부를 조작해 투자자들을 속인 것은 사실이지만, 회계사기가 투자자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친 것은 사기가 공개적으로 들통 난 2년 후라는 것이다.
1심과 2심 판결 취지는 회계사기 손실 계산은 사기가 직접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라는 점에 대해서는 같지만, 1‧2심 간 ‘주가에 영향을 미친 시점’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 향후 상고심에서 법적분쟁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민사16부(차문호 장준아 김경애 부장판사)는 우정사업본부가 제기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손해배상소송에서 고재호 전 대표·김갑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해 15억48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회사 책임자와 외부감사 회계법인 간 책임제한비율 70 대 30이 유지됐다. 이에 따라 전체 배상액 중 최대 5억1400만원을 당시 대우조선 외부 감사 업체인 안진회계법인이 부담할 것을 판시했다.
1, 2심 재판부 간 차이는 회계사기가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친 시점이 언제부터냐를 두고 벌어졌다.
대우조선 주가는 2011년 6월 30일 22만6250원에서 2011년 9월 30일 11만400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다 2013년 8월 30일 14만8250원으로 올랐다.
이후 2013년 11월 29일 18만3500원을 찍은 후 하락장을 거듭했는데 당시 글로벌 조선업계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우조선은 회계장부를 조작해 꾸준히 흑자 발표를 하고 있었지만, 당시 업계에서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대우조선은 손실덩어리 사업이었던 해양플랜트 분야에 다수 진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언론과 내부관계자를 통해 대우조선의 부실 감추기, 대규모 적자 우려 등 의혹보도가 거듭됐다.
의혹대로 대규모 적자를 발표한 이후 대우조선주가는 2015년 5월 29일 80000만원으로 내려갔으며, 2015년 7월 31일 3만1300원까지 폭락했다.
1심 재판부는 조작된 반기보고서를 공시한 2013년 8월 16일부터 회계조작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고, 이후 각종 대우조선의 부실은폐 의혹들 역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2심 재판부는 당시 보도는 단순 의혹을 제기했을 뿐 주가하락 등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보았다. 2015년 5월 4일 이전의 대우조선 주가하락은 글로벌 조선업 불황 여파로 인한 것이지 회계사기로 인한 것은 아니라며, 대우조선의 주가하락률은 다른 대형 조선사보다는 낮아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미약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계사기가 주가하락의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대우조선 부실이 명시적으로 드러난 2015년 5월 4일 보도부터라고 보았다. 당시 보도 내용은 ‘대우조선이 2006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다’라며 명확한 사실을 전달했고, 이후 대우조선 주가는 3개월 만에 절반 미만으로 무너졌다.
2심 재판부는 같은 논리에서 개인투자자 290명의 배상액도 1심 146억여원에서 131억여원으로 15억원 줄였다.
개인투자자 공동소송을 맡은 임진성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2014년 4월 이후에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거 참여하고도 손실규모가 월등히 낮게 반영되는 등 여러 명시적 사실들이 공개되었고,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해 투자손실이 발생했다”라며 “2심 재판부가 대우조선 부실에 대한 다수의 신호들을 다소 좁게 해석한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주 판결문을 전달받았으며, 법리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우조선은 고 전 대표와 김 전 CFO는 회계사기 혐의로 징역 9년과 6년이 각각 확정됐다. 2012~2014년 회계를 조작해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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