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기획재정부가 세무사 선발 시 공무원에게 별도 TO를 주겠다는 제도 개선안에 대해 성급한 판단이란 분석을 내놨다. 타 자격사와의 고려 없이 세무공무원에게 세무사 자격증 별도 TO를 주게 되면 타 자격증과 형평성 문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일 ‘이슈와 논점 - 세무사 자격 취득을 둘러싼 현안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현재 각종 전문 자격사 일부 전문자격사 시험 일부 면제제도는 어느 특정 자격만 놓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전체 전문자격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할 것이라며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다소 성급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최근 세무사 선발 관련 일반응시자는 700명을 고정으로 뽑고, 세무공무원 등 경력TO는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세무사 외에도 변리사, 관세사, 행정사, 법무사 등 십여개 전문자격증 관련해서 해당 업무경력이 있는 공무원에게 자격 선발시 일부 시험과목 면제 등 일부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세무사 시험에서 공무원들이 면제 혜택을 받는 시험과목과 비면제 과목간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공무원 특혜 시비가 발생했다. 실제 감사에서 채점 오류가 인정되기도 했다.
기재부는 일반 응시자와 공무원 등 경력 응시자를 별도로 뽑고 뽑는 숫자도 달리하겠다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타 자격사와의 형평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그간 세무사 시험은 일반 응시자와 공무원 등 경력 응시자를 합쳐 연간 700명을 뽑았는데, 일반 응시자는 700명, 공무원은 별도로 뽑는다면 새로 뽑게 되는 숫자만큼 과거에 비해 선발인원이 늘어난다.
각 자격사 단체들은 그간 업계 포화 등을 이유로 선발인원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정부와 협의해왔는데, 기재부는 이번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그러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했다.
자격사 시험 상당수는 일반 응시자와 공무원 출신 경력 응시자간 선발인원을 공유하는데 세무사 시험을 빌미로 합격인원을 늘릴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입법조사처 측은 선발 정원을 정하는 문제는 단순히 세무사만이 아니라 다른 십여개 자격사들도 가장 민감한 문제인데 기재부는 타 자격사와의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정해 선발 시비가 일어날 수 있는 꼬투리를 만들었다며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한 전문 자격사 단체 관계자는 “현업 입장에서 선발 인원 확대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라며 “세무사는 그렇게 하는데 우리는 왜 안 그렇게 하느냐고 일반 응시자들이 항의한다면 대응할 방법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 공무원 선발혜택 전면삭제 논란
새 정부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경력공무원에 대한 혜택 자체를 전면삭제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찬반 역시 만만치 않다.
한 전문 자격사 단체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일했다는 것만으로 혜택을 준다면, 경리나 행정 업무만 한 사람도 전문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냐라며 공무원 혜택 전면 삭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자격검증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실전 경험이라며 공무원 혜택 삭제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은 특히 실전 경험을 강조한다. 대학교를 갓 마치거나 대학생인 일반 응시자들은 실전 경험이 없어 자격증을 받고도 일정 기간은 수습으로 일해야 한다. 반면 공무원 등 경력 응시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는데 적게는 수십년간 풍부한 실전경험을 갖췄고, 검증을 아예 안 거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영역에서는 법에 의해 검증을 거친다는 것이다.
한 의정기관 관계자는 “민간업계에서는 실무경험이 풍부한 중간 관리자급 공무원을 채용하는 등 경력을 통한 전문성을 인정해왔다”며 “자격사 선발할 때 경력은 인정해 일정 혜택은 주되 그러면서도 시험과목 조정 등을 통해 능력검증을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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