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재계가 정부를 상대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금융위원회에 2025년으로 예정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시기를 기업 현실에 맞춰 최소 3~4년 늦춰달라고 전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ESG 공시에서 기업이 환경 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피해를 안 끼치는 지에 대한 건강검진표다. 특히 탄소배출 개선이 핵심이다.
탄소배출을 기업 생산 활동에 적용하면, 식사(에너지)-소화(생산)-배출(탄소생성)의 형태를 가진다.
먹을 것을 친환경 에너지로 잘 먹으면 소화나 배출이 깨끗해지나, 먹을 것을 화력에너지 등 비친환경 에너지로 먹으면 소화나 배출도 더러운 게 나온다.
한국은 탄소배출 관련 가장 안 좋은 것만 골라서 갖고 있다.
주요 산업 자체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 국가이며, 제조업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되는데 그 에너지를 대부분 탄소가 많이 나오는 화력발전 에너지에 충당하고 있다. 먹는 것과 소화, 둘 다 깨끗할 수가 없다.
핵발전이 30% 정도 되지만, 핵발전은 반감기가 기본 500년인 핵폐기물도 나오고, 핵발전소도 100년도 못 쓰고 폐로를 해야 해 친환경 에너지로 쳐주고 있지 않다.
게다가 ESG 공시 검진 결과가 나쁘면 기업은 거래가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코트라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공한 ‘해외 기업의 RE100 이행요구 실태 및 피해 현황 조사’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볼보와 독일 BMW가 탄소배출을 이유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와 납품 계약을 끊었다.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해달라는 RE100 준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없다시피 하다.
먹을 것(에너지)을 친환경 먹거리 대신 핵발전 에너지로 바꾸면서 핵발전도 재생에너지로 인정해달라는 CF100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외 주요 기업에서 호응하는 사례가 없다.
이는 경총 요구서에도 반영돼 있다. 경총은 국내 재생에너지 환경도 열악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ESG 영역에선 ESG 공시를 늦춰가는 것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총의 요구는 건강이 나쁘다고 건강검진을 미루겠다는 것인데, 그건 치료시기만 늦출 뿐 사태 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종철 성현회계 ESG센터장은 “ESG 공시가 불투명하다면 계속 경쟁력은 뒤쳐지게 되고, 제조업이 갖는 특성과 맞물려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몸이 안 좋다면 검진 받고 원인을 알아야 치료도 할 수 있다”며 “그런데 검진 결과가 무서우니 당장 덮고 보자는 것은 병을 삭히겠다는 것이고, 건강이 더 안 좋아지게 된다. 나중에 병을 치료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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