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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클래식&차한잔] 교황 마르첼루스 미사(Missa Papae Marcelli)

(조세금융신문=김지연 객원기자) 2026년 새해 첫 곡, 르네상스 음악을 소개합니다.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재탄생’,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은 새로 만든 ‘혁신’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잊혀졌던 것들을 다시 꺼내어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르네상스에서의 ‘시작’이라는 개념은 ‘중심을 다시 맞추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의 중세시대에는 신의 절대성 속에서 모든 세계를 이해했지만, 르네상스는 그 구도를 살짝 옮깁니다. 이는 신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눈높이에서 다시 세계를 이해해보려는 사람들의 시도였습니다.

 

교황 마르첼루스 미사

 

16세기 중반, 가톨릭교회는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혼란에 빠졌고, 이때 등장한 작품이 바로 ‘교황 마르첼루스 미사’입니다. 당시의 교회음악은 “아름답지만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모방과 기교가 복잡해졌으며 가사는 음악 속에 파묻혀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교회 내부에서는 “이것이 기도인가, 음악적 과시인가”라는 질문까지 제기될 정도였습니다.

 

팔레스트리나는 이 질문에 논쟁이나 선언이 아니라 소리 자체로 답을 합니다.

 

그는 이 곡을 통해 다성음악이 줄 수 있는 균형과 명료함을 보여줍니다. 여섯 성부가 동시에 움직이지만, 가사는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게 전달됩니다. 이 곡은 복잡한 다성음악을 유지하면서도 선율은 부드럽게 흐르고, 화성은 투명하며, 감정은 절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후대 이론가들은 그를 대위법의 교과서, 르네상스 폴리포니의 모범 사례로 삼았습니다.

 

특히 Kyrie와 Gloria에서는 음악이 앞으로 나서기보다, 침묵과 호흡 사이에 놓인 균형이 인상적입니다.

음악은 신을 향해 치솟기보다 인간의 호흡 높이에서 신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이 곡은 경건하지만 차갑지 않고, 엄숙하지만 멀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1월에는 이 음악 안에 오래 머물도록

 

이 곡은 시작의 음악이 아니라 혼란 이후의 정돈이며 극적인 변화보다 지속 가능한 출발선에 가깝습니다.

 

팔레스트리나의 음악은 앞으로 나아가라 재촉하지 않습니다. 다만 올바른 호흡으로 서 있으라고 말할 뿐입니다. 시작이란 언제나 새로워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흐트러졌던 중심을 다시 맞추는 것입니다. 그 고요한 질서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한 해의 첫걸음을 준비하게 됩니다.

 

“새해에는 더 잘해야 한다”는 외침 대신 “조금 더 바르게, 조금 더 분명하게 살자”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팔레스트리나의 ‘교황 마르첼루스 미사’ 듣기

 

[프로필] 김지연

•(현)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

•(현)이레피아노원장

•(현)레위음악학원장

•(현)음악심리상담사

•(현)한국생활음악협회수석교육이사

•(현)아이러브뮤직고양시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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