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수많은 유행어와 캐릭터를 만들고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SKY 캐슬’.
저 또한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로서 한 회 한 회 긴박하게 펼쳐지는 스토리를 열심히 본방사수하며 시청했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입시지옥과 같은 현실을 그려내며 피라미드의 정점에 오르기 위한 수험생 가정의 치열한 모습들이 그려졌지요.
그 안에서 자녀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양 취급하며 대리만족하려는 부모의 잘못된 욕심이 부모와 자녀 모두를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것을 봅니다.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부모의 욕심에 떠밀려 경주마처럼 옆도 뒤도 보지 못하고 자란 예서아빠 강준상. 과거에 전국 학력고사 수석까지 거머쥐었던 엄친아 강준상의 울부짖음이 마음 깊숙이 남더군요.
“저 의사 아니어도 엄마 아들이에요. 그냥 엄마 아들 하면 안 돼요?”
다소 유치해 보이는 이 대사를 최고의 학벌과 명예를 가진 중년 남자가 절규하듯 부르짖는 장면. 이제야 사라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비극입니다.
자녀들에게 부모의 대화와 공감의 자세는 필수입니다.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부모와의 진정한 대화와 공감이 두둑이 깔려있다면, 적어도 나이 들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혼란스러운 어른은 되지 않겠지요.
아무리 낳고 기른 부모라도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먼저 자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겠지요. 그리고 잘 들은 후에 인생 선배로서 진정한 조언을 살짝 얹어 주는 정도이면 될 것 같습니다. 자녀의 멘토까지 되는 경지에 오른다면 물론 더할 나위 없겠지요.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이 곡은 바흐가 쾨텐궁정에서 레오폴트 공작의 악단에서 일하던 1718년, 인생에 가장 풍요로웠던 시절 작곡된 곡입니다.
바흐는 생전에 세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겼는데, 이 곡은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곡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 칭송을 받고 있는 음악가입니다.
하지만 그는 ‘음악의 아버지’로서뿐 아니라, 음악사에 족적을 남긴 3명의 음악가를 포함한 10명의 자녀를 훌륭히 키워냈던 한 가정의 진정한 아버지로서도 귀감이 됩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은 악보가 소실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지만, 음악가였던 차남 ‘칼 필립 에마누엘 바흐(Carl Philipp Emanuel Bach)’가 기억을 되살려 복원을 했다 전해집니다. 자식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두 대의 바이올린이 서로 선율을 주고받으며(푸가) 교감하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들려드리는 2악장은 기본적으로는 곡 전반에 걸쳐 느리고 차분하며 서정미가 흐릅니다.
바흐의 푸가기법은 동일한 선율을 주고받으면서 엄격하게 모방하며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주제선율에 열심히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들은 후에 다시 받아서 연주하는 것이죠.
바흐는 협주곡을 작곡할 때 철저하게 연주자 개인의 개성이나 기교가 드러나는 것을 배제했답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바흐의 곡에서만큼은 내 소리보다는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고 전체적인 하모니를 완성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독주에서 볼 수 있는 연주자의 개성이나 질주가 아닌,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꼭 필요한 협주곡이랍니다.
세계 3대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David Oistrach)’는 자신의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아들인 바이올리니스트 ‘이고르 오이스트라흐(Igor Oistrach)’와 함께 이 곡을 녹음하여 남겼답니다. 로얄필하모닉과의 협연이고, 도이치그라폰의 최고 음향효과를 갖춘 기술로 만들어진 명반으로 꼽히지요.
하지만 이 음반이 진정한 명반인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뛰어난 명성을 지닌 연주자인 다비드는 이고르의 뒤를 조용히 받쳐주며 아들이 든든히 설 수 있도록 받침목이 되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아들의 연주를 잘 듣고 음색과 느낌을 모방하여 대조의 묘미를 잘 살려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어쩌면 스스로 낮아져 아들을 띄울 수 있도록 하려고 수많은 곡 중에서도 바흐의 곡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바흐는 생전에 신앙심이 깊고 겸손하며 소박한 성품을 지녔다고 하는데, 그래선지 그의 음악에는 기본적으로 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깔려있답니다. 이 곡은 신에 대한 사랑에서 한 걸음 나아가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연장선으로 봐도 좋겠습니다.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서 자녀와의 사랑의 기술 또한 한 수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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