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A장조가 몇 번이었지?”
_영화 ‘러브스토리’ 中에서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주인공 제니가 그의 연인 올리버에게 묻는 대사입니다. 신분 차이라는 힘든 관문을 지나며 드디어 사랑의 결합을 하게 된 제니와 올리버.
그러나 그들은 함께 한다는 기쁨도 잠시, 피아니스트였던 제니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고 질병의 악화로 점점 기억이 사라져갑니다. 그녀는 그가 사랑했던 많은 것에 대한 기억을 놓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평소 그토록 좋아하던 모차르트 협주곡의 작품번호를 기억해 낼 수 없었습니다. 연인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죽음을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녹여내 큰 감동을 주었던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여주인공의 아픔을 보여주는 협주곡입니다.
이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의 사연과는 반대로, 소련의 공포정치의 상징적 인물 ‘스탈린’ 또한 이 곡을 너무나 사랑했다고 합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협주곡 23번을 처음 듣게 된 스탈린은 이 곡에 금세 매료되어 이 음악의 음반을 가져오기를 명령합니다. 그러나 스탈린이 라디오에서 들었던 그 곡은 실황연주였기 때문에 음반이 있을 수가 없었지요.
서슬퍼런 스탈린의 명령을 피할 수 없었던 터라 피아니스트 ‘마리아 유디나’와 오케스트라는 밤을 새워 협주곡을 연주하고 녹음을 하여 스탈린에게 간신히 바쳤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탈린이 죽을 당시에도 그 음반은 그의 애장품으로써 옆을 지키고 있었다고 합니다.
‘모차르트가 언제나 꿈꾸어왔던 양식의 절정’
모차르트 협주곡 23번은 1786년 3월에 완성되었습니다.
대체로 단기간에 곡을 완성하기로 유명했던 모차르트인데 2년이라는 제법 긴 시간 공을 들여 작곡한 협주곡입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모차르트는 스스로 연주회를 기획하고 그가 작곡한 곡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며 대중에게 그의 음악을 알리는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연주회로 이름을 날리던 그 명성의 정점에서 작곡한 협주곡이 바로 23번 협주곡입니다. 고전미를 간직한 선율이 무척 아름다운 곡입니다.
모차르트는 그의 생전 총 27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 이 곡은 모차르트 작품의 최고봉에 속하는 곡입니다. 또한 음악사적으로도 고전주의 협주곡의 정수라 할 만큼 완성도가 높습니다.
모차르트는 그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이 곡에 애착이 강했는데 일반적으로 각각 연주하는 연주자의 기량과 스타일에 맞추어 자유롭게 변형될 수 있도록 남겨두곤 했던 카텐자 부분까지도 완벽하게 작곡해 넣어 그의 스타일대로 연주하도록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모차르트가 얼마나 이 곡을 통해 그의 음악을 보여주며 그만의 색깔이 잘 드러나길 바랐는지, 그리고 얼마나 정성을 들인 곡인지 짐작이 갑니다.
여러 악장 중에서도 시칠리아노 리듬으로 시작하는 2악장의 피아노 도입부는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또한 마지막 부분의 이어질 듯 끊어질 듯 계속되는 선율은 모차르트 음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곡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든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됩니다. 앞서 말했듯 난폭하기로 유명했던 독재자 스탈린의 마음까지도 노곤하게 녹일 정도이니 말입니다. 역시 예술에서 느끼는 감동은 듣는 사람이 선인이든 악인이든 구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가수가 꿈이었던 네로, 화가가 되길 바랐던 히틀러, 모차르트를 사랑했던 스탈린 등등 수많은 폭군들이 순수한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음악과 예술을 사랑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불편한 마음 살짝 접어두고 음악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순기능을 기대하길 바라며 오늘도 음악 보내드립니다.
[프로필] 김지연
•(현)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
•(현)이레피아노원장
•(현)레위음악학원장
•(현)음악심리상담사
•(현)한국생활음악협회수석교육이사
•(현)아이러브뮤직고양시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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