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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머리에 웨이브도 넣고, 멋지게 얼굴과 옷매무새도 정돈하고... 우리가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하는 일입니다.

 

거울이라는 것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반사된 모습이 거짓 없는 진실이겠건만, 때로는 거울 앞에 서보면 이상하게도 내가 아닌 듯 전혀 다른 낯선 사람으로 비춰질 때가 있습니다. 거울로 비춰지는 피사체외에 내 안에 뭔가 다른 것이 드러나는 것 아닐까요?

 

나의 안과 밖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비춘다는 것, 어쩌면 두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 파리넬리 >

영화 <파리넬리>를 보면 거세한 남성가수를 뜻하는 ‘카스트라토(castrato)’인 주인공 ‘파리넬리’가 나옵니다.

 

변성기가 오기 전의 소년에게 ‘거세(去勢)’를 뜻하는 ‘카스트레이션(Castration)’을 통하여 미성의 고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카를로 마리아 미켈란젤로 니콜라 브로스키’라는 실제인물의 삶을 그린 영화 <파리넬리>에서 주인공은 운명적으로 이 길을 걸어가는데, 가수로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어린 시절에 거세당한 아픔을 간직하며 평생 고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그가 영화의 절정에서 부르는 헨델의 ‘울게 하소서’는 노래라기보다는 절규에 가깝습니다.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는 원래 1711년에 작곡된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에서 나오는 아리아인데, 극의 제2막에서 여주인공 ‘알미레나’가 납치당한 후 자유를 갈망하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영화 <파리넬리>에서는 주인공 파리넬리가 형과 음악적 견해차이로 멀어지게 되고, 자신이 존경하던 헨델에게서는 비웃음과 조롱을 당하게 됩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헨델의 작품 ‘울게 하소서’라는 아리아를 들고 오로지 음악으로 인정받기 위해 무대에 섭니다.

 

공연 당일에 파리넬리는 거세가 형의 계획이었고, 자신을 평생 카스트라토로 살게 하였으며, 게다가 그것도 모른 채 형의 꼭두각시노릇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는 무대에 올라 절절하게 가슴을 울리는 ‘울게 하소서’를 부릅니다.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헨델은 처음에 가졌던 비난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감동하여 혼절하기까지 합니다.

 

“울게 하소서!

내 잔혹한 운명에

그리고 한탄으로

자유를 그리네

슬픔아 부수어라

내 고통의

이 속박을

오직 비탄을 통해서”

 

날마다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면서 우리는 만족하기도 하고 때론 실망도 합니다.

하지만 거울을 통해 외형적으로 비춰지는 나의 겉모습은 어쩌면 얇은 가면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본모습은 가면 뒤에 숨겨져 있지만요.

 

가면 뒤의 숨겨진 진정한 나를 보는 방법은 내 눈을 응시하는 것입니다.

미션을 하나 드리지요. 오늘부터는 거울 앞에서 어떤 부분보다도 나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서 남의 눈빛은 본능적으로 감지하지만, 내 눈빛은 알기 힘듭니다. 그나마 거울이라는 도구라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거울이 아니면 절대 내 눈을 볼 수가 없지요.

 

나의 ‘눈빛’, 내 눈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지...

선함, 포용, 소박함, 강인함, 관록...

 

거울 앞에서 내 눈 속을 보며 나 자신이 당당하게 설 수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속에서는 남성으로서의 성을 상실한 수많은 카스트라토들이 삶을 비관하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것을 봅니다. 파리넬리 또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어색한 자신의 모습에 정체성의 혼란으로 평생을 고통스러워하며 보냅니다.

 

만약 그가 자신의 겉모습을 보며 늘 불행해하는 것을 택하는 대신 ‘얇은 가면’ 뒤에 숨겨진 자신의 본모습을 들여다보며 삶의 이유, 존재 가치를 찾았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외모와는 상관없는 내 속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꼭 필요했던 것

을... 그리고 거기서 삶의 행복과 의미를 찾아야 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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