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아라베스크’란 이슬람 문화에서 나온 것으로, 신을 연상시키는 추상적인 장식을 말합니다. 주로 식물의 가지나 잎사귀의 소용돌이가 반복되는 무늬인데 ‘이슬람문화의 정수’로서 대접받고 있습니다.
이슬람교의 전파와 함께 유럽으로 건너간 아라베스크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초까지 이슬람풍의 유행으로서 큰 인기를 끌었었지요.
작곡가 드뷔시에게 이 ‘아라베스크’는 특별하게 영감적이었나 봅니다. 드뷔시는 이슬람 아라베스크 문양의 어떠한 모티브가 반복되고 결합되는 미술적인 느낌을, 피아노라는 악기로 표현하고자 작곡에 착수했습니다. 19세기 예술사조인 인상주의풍으로 표현하기로 한 것이죠.
쉽지 않았겠지만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두 곡의 아라베스크가 그에게 ‘로마대상’을 안겨주었으니 말이죠. 그가 작곡한 최초의 피아노곡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느끼는 편안함
드뷔시의 곡들은 당시에 주로 쓰이던 전통적인 작곡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의 결과물입니다. 해결되지 않는 모호한 화성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순간의 그 느낌 그대로의 효과를 노렸던 거죠. 드뷔시의 주된 사조인 인상주의 예술은 눈으로 ‘보여지는 것’을 내면의 주관적인 감각으로 다시 해석해서 표현한 것입니다.
음악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니 어떠한 선입견 없이 마음을 두드리는대로, 느껴지는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죠. 그런 측면에서 인상주의만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도 없을 듯 합니다.
선율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고, 역동적인 도약이나 화려함도 여기서는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자연스러운 선율의 움직임이 마치 하프로 연주하듯 합니다. 무척 로맨틱합니다. 꿈꾸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선지 연주도 편하고 즐겁습니다. 건반에서 손이 나비처럼 옮겨다니며 일정한 속도로 연주하는 아르페지오가 매력입니다.
눈 감고 릴렉스하기 딱 좋은 곡입니다
의자를 잠시 뒤로 젖히고 감상해보세요. 굳이 해석하려 하지 말고 마음속에 어떤 실루엣이 드러나는대로 느끼고 감상하다보면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난 듯 개운할 겁니다.
요즘 국제사회에서 탈레반의 사이비적 이슬람 신앙으로 인한 여성탄압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문화예술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족속이라면 여성의 고귀함을 지켜줄 품성도 내재되어 있을 법도 한데 많이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들의 여성인권이 속히 회복되길 바라며,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듣습니다.
[프로필] 김지연
•음악심리상담사
•한국생활음악협회 수석교육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