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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칩거 생활이 생각보다 오래 갑니다.

 

휴업이 길어지면서 재택근무 태세에 들어가며 촘촘히 계획을 세웠습니다.

 

평소에 못 읽었던 문학작품 읽기는 기본이고,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어학공부, 몇 가지 악보 만들고 정리하기 등등... 나름 ‘계획이 다 있었지요’

 

하지만 2주를 살고 나서 돌아보니 그런 프로젝트적인 일보다는 당장 눈앞에 내키는 대로 한 일이 더 많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에 나가 기지개 펴고 커피 마시기, 생각날 때만 먹던 영양제 매일 꼭꼭 챙겨 먹기, 볕 좋은 날 옥상에서 일광욕하기, 그리고 참, 생과일도 자주 갈아 마셨네요.

 

애초에 계획했던 것의 3분의 1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지만, 생각보단 마음의 조급함도 없고 제법 안정감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 완성했을 때 느꼈던 ‘안도감’이란 것과는 다른 색깔의 평안인 듯합니다.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생각보다 이 난국에도 살만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 노래 한 번 들어보면 어떨까요?

 

이은주 명창의 ‘태평가’입니다.

 

명창 이은주는 1925년 출생하여 17살 어린 나이에 인천의 한 극장에서 ‘수심가’를 불러 입상을 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판소리 가수이지만 그녀 개인의 삶도 결코 녹록지 않았고, 그 순간들을 노래에 의지해 가며 본인도 살고 듣는 이도 살게 했지요.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이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닐니리야 닐니리야 니나노~

 

제목이 ‘태평가’라서 좋은 시절, 즐거울 때 지은 것 같지만, 이 노래는 6·25 전쟁 때 대구로 피난을 간 이은주가 작사한 곡이랍니다. 전쟁의 포탄으로 한반도가 완전히 무너지고 끝없는 피난 행렬이 줄을 이으며, 가족이 생이별도 하는 기가 막힌 상황에서 피난민 이은주가 만든 노래입니다. ‘태평가’를 소개하는 현재의 이 시점에서 ‘대구’라는 도시의 참담함이 평행이론의 선상에 놓여있는 듯 감정이 이입됩니다.

 

전쟁에 지친 사람들은 누더기 걸쳐 입고 멀건 죽 한 그릇 먹으면서 이 노래 부르며 잠시 슬픔을 달래고 웃어보려 했을 겁니다. 소문난 명창 이은주의 구성진 노래를 들으며 잠시 쉬어가려 했겠지요.

 

사실 그래요.

 

가만 생각해보면 잃은 것보다 잃지 않아서 내 손에 여전히 들어앉아 있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짜증 내지 말고, 화내지 말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잠시 쉬어가면서 작은 것에서 웃음을 짓고 살아보죠.

 

웃다 보면 못된 바이러스도 물러가고 좋은 날 오겠죠. 게으르게 그저 ‘노는 것’이 아닌 ‘잠시 쉼’입니다.

 

이은주 명창의 ‘태평가’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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