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말부터 배포하는 ‘월간 국세수입 현황’이 실적포장을 위해 유리한 수치만을 끌어다 비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재부가 31일 발표한 9월 국세수입 현황.
기재부는 이 자료를 통해 9월까지 국세수입 실적이 연간 목표치(396.6조원)의 80.1%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79.8%)보다도 0.3%p 정도 더 잘 걷혔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월별 실적을 비교하면 작년에 비해 세금 동력은 점차 느려지고 있다.
올해 3월의 경우 작년도 3월 세금누적실적보다 무려 6.6%p나 더 잘 거둬들였지만, 윤석열 정부가 60조 추경을 한 직후인 지난 4월에는 작년도와 올해 실적 격차가 3.6%p로 확 줄었다.
실적 격차는 6월에는 2.2%p차로 줄어들었고, 9월에는 0.3%p까지 떨어졌다. 마냥 낙관할 수 없는 단계에 온 것이다.
문제는 이 수치조차 정부에 유리한 수치만을 뽑아다 비교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이전에는 올해 국세수입 실적과 작년도 국세수입실적을 비교할 때 작년도 예산치와 결산치 두 개를 비교했다.
작년 예산대비 실적과 올해 예산대비 실적 비교는 작년도 상황과 올해 상황을 가감없이 비교하는 수치이며, 이 때문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에도 쓰인다.
기재부 국세수입현황에는 이 숫자가 빠져있는데 작년도와 올해 예산 대비 세금수입 실적 차이를 비교해보니 3월까지는 올해가 지난해보다 4.2%p 더 잘 걷힌 것으로 나타났지만, 4월부터는 –0.1%p 더 못 거두는 것으로 역전되고, 9월에는 –7.2%p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기재부가 정부에 유리한 수치만 공개하고, 불리한 숫자는 공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재부 측은 작년도 예산치는 단순한 목표이고, 결산치는 실제 연간 실적에 따른 숫자이므로 작년도 예산치는 의미없는 숫자라고 생각해서 제외했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 입장은 다르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과거와 올해 현황을 비교하는 것은 현재 세금수입이 어느 정도 잘 걷혔는지를 판단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년 정부 세금 수입을 예상하기 위한 중요한 수치”라며 “과거 정부들이 계속 해오던 일을 이번 정부 들어 갑자기 쓸모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가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재부가 멋대로 숫자를 포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재부는 지난 8월 국회에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지출이 6.0% 줄어든 639조원 긴축재정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 2차 추경안과 내년 예산안을 비교한 수치로 과거 정부들에서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통계를 생산한 53년 동안 한 번도 윤석열 정부처럼 추경안과 내년 예산안을 견주어 발표한 사례가 없다.
e-나라지표, 정부재정현황 통계표에 따르면, 정부는 1970년 통계를 생산한 이래 2022년까지 모두 각 연도 본 예산을 견주어 정부지출이 긴축인지 확장인지를 기록해왔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내년도 윤석열 정부 지출은 5.3% 늘어난 확장재정이다.
김용원 객원연구위원은 “서로 동일한 기준 하에 서로 비교 가능한 숫자를 비교하는 게 정상”이라며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53년간 유지해온 기준을 갑자기 정권에 유리한 대로 바꾸어 발표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대선철에는 국가별 국가부채기준을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만 다른 나라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 문재인 정부의 부채비율을 부풀린 것이 SBS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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