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지원금 지급대상 관련 맞벌이 가구의 기준을 홑벌이 가구보다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 또 다른 역차별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현지시간 10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차 방문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맞벌이 가구는 홑벌이 가구보다 조금 배려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국민지원금 발표 당시 홑벌이와 맞벌이를 동일선상에 두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혼자 월 700만원 정도를 버는 3인 가구와 부부 둘이서 각각 350만원 버는 3인 가구를 동일선상에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국민지원금 예산이 한정돼 있는 만큼 맞벌이 가구가 배려받는 만큼 홑벌이 가구는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 기재부 ‘홑벌이‧맞벌이 누가 더 잘 사나?’
기재부는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을 이유로 맞벌이가 홑벌이보다 지출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맞벌이 가구의 평균 가계지출은 476만5340원으로 홑벌이 가구(378만9843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데이터에 1인 가구가 포함됐다면 평균의 함정에 빠진 것이고, 혼인 가구만 따졌다고 해도 해석상 오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출수준은 총소득을 바탕으로 구성원 수, 구성원 연령 등 구성원의 질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말하는 홑벌이‧맞벌이의 뜻은 ‘중상층에서 경제에 기여하는 사람 수가 더 많은 가구를 배려해주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부모, 기러기. 장애인 부양‧치매 부모‧어린 자녀 때문에 배우자 중 1명이 직장을 그만둔 경우는 배려 대상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홑벌이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홀로 700만원 버는 가구보다 각각 600만원‧100만원 버는 맞벌이 가구가 더 배려 받아야 한다는 근거도 미약하다.
홍 부총리는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1억원 외벌이와 1억원 맞벌이를 예로 들었지만, 1억원 외벌이와 9000만원‧1000만원 맞벌이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홍 부총리가 꺼내든 근로장려금 기준도 제대로 된 적용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근로장려금은 소득‧자산 하위 가구 중 일을 하는 가구를 지원하는 제도다. 맞벌이 가구는 홑벌이 가구보다 20% 더 높은 수준의 지급기준(소득)을 적용받는다.
그런데 국민지원금 지급기준 논란은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어느 선까지 ‘돈이 더 많은 사람’에게 줄 것이냐를 가지고 논하는 것이다. 대상이 소득‧자산 하위인 근로장려금과 다루는 대상‧제도취지 면에서 전혀 다르다.
근로장려금은 자산 규모다 2억원 미만일 때 적용된다. 기재부는 국민지원금 대상에서 고액자산가는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은 시가 21억 이하, 예금은 12억 미만이다.
◇ 더 심해지는 대가족 차별
애초에 기재부가 고려하는 선별기준은 구성원 수가 늘어날수록 불리한데 홑벌이‧맞벌이 기준을 또 넣으면 차별성은 더 커지게 된다.
근로장려금에서는 맞벌이 가구 지급기준(부부 합산 3600만원)을 홑벌이 가구(3000만원)보다 20% 정도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국민지원금 지급을 올해 기준 중위소득의 180%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근로장려금 기준에 맞춰 지급기준을 재산정할 경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애초에 홑벌이‧맞벌이 논란은 지급대상을 가구 내 소득기준으로 정하는 순간 어떻게 선을 그어도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구성원 수나 그 질을 고려한 기준이 아니며, 대가족일수록 불리하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의 맞벌이 배려 역시 한부모가정, 장애인‧치매노인 부양 등 어쩔 수 없이 홑벌이해야 하는 가구에 대한 또 다른 역차별을 만들 뿐, 어려운 사람을 더 두텁게 도와준다는 취지에서 더 멀어지게 된다.
기획재정부 공보담당자 및 소관 부서장 등은 “기준이 공개되면 그때 확인해달라”고 답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