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대중교통으로 쉽게, 덜 알려진 곳을 찾아 천천히 걷다 보면 비로소 보이는 명소들이 있다. 옛이야기가 있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지그시 입가에 미소가 스며드는 곳.
그동안 우리가 모르는 서울, 수도권을 그냥 스쳐 지나쳤다면, 차근차근 곱씹어 보는 마음으로 옛 이야기를 따라 걸어서 여행할 이유가 생겼다.
새 책 <산 따라 강따라 역사 따라 걷는 수도권 도보여행 50선>은 산책하듯 가볍지만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되는 인생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은 효창공원길의 김구와 안중근, 윤봉길 등의 선현들이 조우했던 수목과 길이 같은 길을 걷는 후손들에게 자연스레 말을 건네는 느낌이다.
저자 윤광원씨는 현직 기자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난 30여년 동안 금융업과 정부정책 관련 기사를 많이 썼다. 그러면서도 많은 책을 읽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았고 걷기와 등산도 열심히 했다. 특히 10년 넘게 트래킹 모임을 이끌면서 사람들과 무수히 걸었다고 한다.
이 책이 그런 걷기의 결과물이다. 전작 <배싸메무초 걷기 100선>의 후속편 격이다. 이밖에 경제논술서인 <깐깐 경제 맛깔 논술>과 해방 이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역사를 야사를 중심으로 정리한 <대한민국 머니 임팩트>가 그의 저서다.
이 책이 소개하는 숨겨진 명소는 세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어야 하며,
셋째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이야기가 있으면, 길은 단순한 걷기용 코스를 넘어선다.
사람들은 걸으면서, 그 길에 아로새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역사가 문화가 옛 인물들이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저자는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대학로를 '마로니에공원길'로 불려야 한다고 한다. 대학로라는 표현이 일본제국주의의 잔라는 것. 효창공원길은 명실상부한 '애국지사 성역'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뜻을 알고 그 길을 걷다보면 앞서 느끼지 못했던 공동체 사랑도 조우할 수 있다는 저자의 귀띔.
옛 이야기가 있는 수도권 명소들을 걷다보면 후배, 자녀들에게도 권하고 싶어진다.
혼자도 좋고, 함께라도 나쁠 건 없다.
길을 걸으면서 옛 이야기 속 명사들과 함께 이야기를 음미해보자. 몰랐던 에피소드 하나가 언행, 습관, 운명을 통째로 바꿔줄 지 누가 알겠는가.
건강은 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