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납세자는 세금을 더 냈을 경우 국세청이나 지자체에 세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일반적 경정청구다.
세금 납부 후 과세한 근거가 되는 사실이나 법해석이 달라진 경우 마찬가지로 세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후발적 경정청구다.
이것은 국세청이나 지자체 등 과세관청도 마찬가지다. 납세자가 세금신고를 했을 때 제한된 기간 내에서라면 몇 번이고 납세자에게 수정신고를 요구하고 이를 통해 덜 받는 세금을 거둘 수 있다.
반면 납세자의 경우 법적 안정성이란 이유로 상대적으로 세금을 돌려받을 기회 자체를 제한받는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세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납세자의 경정청구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연구가 계속됐다.
9일 한국공인회계사회·(사)한국납세자연합회가 공동 개최한 ‘2021 조세정책 심포지엄’에서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윤성만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문진주 부산외국어대 교수 등은 납세자 권익 제고를 위한 경정청구권 확대의 필요성과 그 방향에 대해 다양한 제안을 제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박훈 교수는 세금이 법률에 의해 엄격히 정해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법에 의해 납세자가 덜 낸 세금에 대해 고치는 작업(경정)하는 것처럼 납세자가 법 테두리를 벗어나 더 낸 세금을 더 달라는 경정청구권 역시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금 부과 당시에는 미처 몰랐던 사실이나 또는 법 유권해석이 달라짐에 따라 요구하는 후발적인 경정청구에 대해서는 특정한 경우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박훈 교수는 법률에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경정청구 사례를 명시하지 않더라도 헌법상 재산권 보장, 과세관청과 납세자의 균형을 생각해 볼 때 후발적 경정청구의 범위를 현재보다 넓히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본질적으로 납세자가 억울하게 더 세금을 냈다면, 법적절차나 법적형식을 이유로 따져볼 기회마저 주는 것은 불형평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지난해 2월 코레일 소송이 대표적 사례다.
코레일은 지난 2007년 용산개발사업을 하면서 용산철도부지를 8조원에 시행사에 팔고, 8800억원을 법인세로 냈다. 그런데 2013년 4월 용산사업 백지화로 팔았던 땅을 시행사로부터 돌려받는 과정(민사소송)에서 코레일은 냈던 법인세를 돌려달라고 국세청에 요구했다.
국세청은 상황은 알겠지만, 민사소송 결과가 완전히 끝나야 우리도 판단해볼 수 있고, 설령 돌려주더라도 한 번에 다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낼 세금에서 연차적으로 깎아주겠다고 답변했다.
반면 코레일은 당장의 법적분쟁만 남았을 뿐 개발사업이 엎어졌고, 토지 매매계약이 백지화된 마당에 왜 세금을 돌려주는 것을 거부하느냐며 후발적 경정청구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했고, 국세청은 이를 거부했으나 끝내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토지매매계약해지가 확실하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받아들임이 마땅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박훈 교수는 이러한 사례처럼 만일 형사재판, 조세심판원 불복심판청구 결정(행정처분), 법령해석의 변경 등이 발생할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해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도 이는 법 개정을 통해 풀 수 있다고 전했다.
유성욱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은 형사판결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1월 9일 대법 판결이 나온 것이 있는데 형사재판에서 특정 사례의 납부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 사안에서 세금을 그만큼 내는 특정 사례가 부정된 것일 뿐 납세자가 아예 세금을 낼 이유가 아예 없다는 근원적인 측면에서 내린 판결이 아니라고 정했다.
형사재판은 형법에서 유무죄를 엄격히 가리는 것이지 납세자의 세금납부의무의 유무를 다지는 행정적인 측면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성욱 재판연구관은 기존 대법 판례에서는 후발적 경정청구 판결의 의미에 대해 분쟁이 발생한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데 형사재판이 국가와 피고인 간 분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판력 측면에서도 판결의 주문에 영향 미치지 그 외 미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결정 사안 역시 마찬가지의 의미에서 타 세금부과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견해가 학계가 많다고도 소개했다. 입법재량으로 풀 수는 있겠지만, 인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동건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더욱 큰 의미에서 경정청구를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잘못된 세금을 고쳐달라는 경정청구권은 납세자 당연한 권리나, 이를 일일이 세법에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안 되는 것만 나열하고 그 외에는 허용하는 입법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훈길 이데일리 경제정책팀장은 경정 청구 관련된 소식은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부분인 만큼 조세행정에 있어 정부가 강조하듯 납세자 친화적 방향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황인웅 기획재정부 조세법령운용과장은 경정청구제도는 조세제도 기본 근간이 되는 제도이기에 언제든 다룰 수 있으며, 정부는 서로 충돌하는 법익 간에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좌장을 맡은 강석규 태평양 변호사는 경청 사유되면 실체와 관계보고 판단하면 된다며 너무 경정청구를 받아들이면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으나, 운용의 묘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범위이며, 법 테두리 내에서 축소해석하는건 오히려 바람직 하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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