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지난해 하반기까지 꽉 닫혇던 대출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금리인상과 부동산 거래 침체로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인 은행으로선 가계대출 빗장을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주요 공약이던 대출규제 완화를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계대출 총량제는 사실상 멈춘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 마이너스 성장에 놀란 은행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한층 더 강화된 대출규제를 강조한 바있다. 특히 가계대출 총량제는 은행들이 취급할 수 있는 대출 규모를 한정시켰다.
하지만 최근 가계대출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가계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1월 말(707조6895억원)보다 1조7522억원 줄었다. 두 달 연속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은행들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대출문을 넓히고 있다. 전세대출 한도를 늘리는가 하면 우대금리는 올리고, 마이너스통장을 복원시키는 추세다.
◇ 전세대출 3종규제 세트 풀렸다…왜?
은행들은 가장 먼저 전세대출 영역에서 세칭 ‘3종 규제’로 불리는 자율규제 완화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이 지난 21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농협은행이 25일부터, 국민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전세대출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여기서 ‘3종 규제’란 ▲전세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 80% 이내 가능 ▲임대차계약 잔금지급일 이후 전세대출 신청 가능 ▲1주택 보유자의 비대면 전세대출 허용 등이다.
이와 관련 은행들이 왜 3종 규제를 시행했었는지를 살펴보려면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은행들은 전세대출 관련 자율규제안(3종 규제)을 마련해 시행했다.
실수요자들을 위해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제에서 제외하는 대신, 심사기준을 더욱 강화하자는 취지가 담겼다. 그 내용이 바로 전세 갱신계약시 임차보증금 증액분 이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토록 하고, 대출 신청시기도 임대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으로 축소하며, 1주택자의 경우 비대면 전세대출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3종 규제 완화로 전세대출 수요자들은 기간과 한도 측면에서 비교적 더 여유롭게 대출 신청이 가능해진 셈이다.
은행들은 전세대출 3종 규제 완화와 함께 마이너스통장 한도 규제도 잇따라 풀고 있다. 지난해 5000만원으로 묶였으나 다시 대폭 확대되는 중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내달 4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상품 종류별로 8000만~3억원까지 상향 조정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군을 대상으로 내주는 KB 닥터론, KB 로이어론, 에이스전문직 무보증 대출 등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으로 1억원 올렸다.
신한은행도 마이너스통장대출을 포함한 신용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한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대 한도는 5000만원이며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은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1월25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대폭 올렸다. ‘하나원큐신용대출’을 비롯한 8개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상향 조정됐다.
◇ 새 정부 규제완화 예고, 가계 숨통 트일까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수익성 방어 차원이라는 해석과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공존한다.
취임을 앞둔 윤 당선인은 가계대출 규제 완화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유명무실해진 가계대출 총량관리제 폐지와 함께 부동산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주택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70%로 완화하고, 생애최초 주택 구매 가구에게는 80%로 높여준다는 내용 등이다.
또한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총 대출액 1억원 이상 적용) 연기 등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 은행권 관계자는 “전년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이 금융당국 총량관리의 핵심이었다. 은행권 평균 4.5%가 제시된 수준이었는데 1분기를 보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수익성 증대를 위해 전 은행권이 전세대출 자율규제 등을 자체적으로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새 정부 또한 대출규제 완화 기조라 대출 자산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들을 각기 은행들에서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