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4대 금융지주가 전열을 가다듬고 실적과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지난 3월 4대 금융은 주주총회를 통해 굵직한 안건들을 통과시키거나 반려했는데, 새 수장을 선임하고 사내‧외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금융업에 닥칠 위기를 능숙하게 해결해줄 인물을 가려내기 위한 고심이 였보였다.
특히 하나금융에서 10년 만에 수장 교체가 결정되며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함영주 회장이 새 지휘봉을 잡게됐다.
10년간 하나금융 회장 자리를 지켰던 김정태 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전하는 자리에서 희망보다는 비장함이 묻어난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그는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간 금융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방식으로 강점을 레벨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전 회장의 10년 성과를 계승하고, 새 비전을 제시해야 할 함영주 회장의 포부는 무엇일까.
그는 취임 일성으로 “국내 1등을 넘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 새먹거리 찾기 분주…비은행 포트폴리오 ‘핵심’
함 회장은 하나금융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은행 사업 재편, 글로벌 위상 강화, 디지털금융 혁신 등 3대 전략이 바탕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하나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재편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이미 실적이 확보된 은행보다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전체 순익 중 비은행 사업이 차지한 비중은 35.7%였다. 2017년 20.8%, 2018년 21.6%, 2019년 24.0%, 2020년 34.3%에 이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지만, 여타 금융지주와 비교했을땐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KB금융은 42.6%, 신한금융은 42%였다.
하나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보강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 비은행 금융사 매물에 쏠린 ‘눈’
금융업계는 하나금융이 비은행 강화를 위해 M&A 대상으로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을 주의깊게 드려다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먼저 하나금융의 보험사에 대한 관심은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사례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은 비은행 부문 비중 확대를 위해 지난해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다.
KB금융은 지난 2020년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사들이며 보험 부분을 강화했고, 오는 2023년까지 KB생명보험과의 통합을 계획중이다.
하나금융 또한 2020년 더케이보험을 그룹 첫 손보사로 인수한 바 이쓰나, 존재감이 미미한 상태고 하나생명 역시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8.6% 감소한 243억원에 그쳤다.
하나금융이 카드사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나카드가 계열사로 있지만, 업계 순위는 아쉬운 상황이다.
또 하나금융은 증권사 매물에도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거의 모든 금융지주가 비은행 매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대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경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 몸값이 높아지면서 매물이 귀한 상황인데다 인수가 역시 치솟은 점은 변수로 꼽힌다.
함 회장은 글로벌 위상 강화도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화를 강화하고, 비은행 부문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성장 해외 지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의 진출을 늘리면서 미주·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국내 진출 기업과 연계한 투자은행·기업금융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함 회장은 금융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디지털 혁신도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월 하나금융은 기존 ‘부회장-총괄-부서’ 3단계의 조직 체제를 ‘총괄-부서’ 2단계로 단순화했고, ‘디지털 퍼스트’와 ‘리딩 글로벌’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으며 하나은행 디지털리테일그룹 내 ‘DT(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전환)혁신 본부’도 신설해 디지털 전환 컨트롤 타워 기능도 강화한 바 있다.
아울러 함 회장은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고 밝혔다. 상생금융 실천 일환으로 회장 선임직후 함 회장은 첫 출근 장소로 집무실 대신 강릉과 울진 등 산불 피해가 컸던 동해안 지역을 택하기도 했다.
◇ 능력 입증된 수장?
함 회장은 이미 하나은행장, 하나금융 부회장 직을 역임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그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된 2015년 9월 KEB하나은행 통합 초대 은행장으로 발탁돼 2019년 3월까지 3년7개월동안 은행의 수장을 맡았다.
초대 은행장 시절이던 2016년 6월 함 회장은 전산통합과 교차발령 시행 등으로 양 은행이 시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2015년말 9699억원에서 2021년말 2조5704억원으로 165% 크게 늘었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규에 따르면 만 70세가 되면 이사의 재임 연령 제한에 해당되는데, 현재 만 65세인 함 회장의 경우 정년이 5년 정도 남은 셈이다.
◇ 고졸신화 함영주, 영업맨에서 수장까지
함 회장이 하나금융 수장에 오른 것을 두고 금융권은 ‘예상대로 됐다’, ‘이변은 없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실제 함 회장은 하나금융 내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상고출신 행원으로 시작해 그룹차원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까지의 스토리만으로도 그룹을 대표할만하다는 평가다.
함 회장은 주로 영업 현장에서 경력을 확장시키며 ‘영업의 달인’으로 성장했다.
상고 졸업 후 은행원으로 출발한 그는 2002년 서울은행 수지지점장을 지낸 뒤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후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과 가계영업추진 부장을 거쳤고, 남부지역본부장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내며 영업현장을 지위했다.
이후 그는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직후 초대 은행장이 됐고, 2019년 하나금융 부회장에 오른 뒤 마침내 회장직에 선임되면서 고졸신화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함 회장이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이같은 역사를 쓸 수 있었던 비결은 탁월한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조직 내에서 두터운 신망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은행원 시절부터 겸손한 자세로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의 모범이 되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면서도 공사 사는 분명했다. 매출 달성을 위해 은행장 시절 거리 캠페인에 직접 나서며 고객들과의 만남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외유내강 면모로 부드러운 리더십과 뚝심있는 실행력을 보여줬던 함 회장.
逢山開道 遇水架橋(봉산개도 우수가교). 함 회장이 은행장 시절 영업현장 직원들을 독려하며 인용한 고사성어다.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불굴의 의지를 갖고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올해는 연초부터 대내외 변동성이 높았다. 정권이 교체됐고 러시아발(發) 우크라이나 침공,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잇따르면서 금융권 역시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4대 금융지주들의 리딩금융 수성과 탈환을 위한 실적‧주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고 출신 은행원으로 시작해 회장 자리까지 오른 ‘고졸 신화’ 함 회장이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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