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며 원자력발전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수소(hydrogen) 생산도 원전에서 만든 전기로 하는 방향도 제시했지만, 이런 방향은 미・중・러 등 강대국에 대한 우라늄 수입 의존도를 높여 당초 ‘수소로 에너지 전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에너지 자립’을 포기하는 방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이래 천연가스 공급 불안으로 가격도 급등, 이를 수입해 수소를 추출하는 ‘블루수소’ 생산단가도 덩달아 올라 수소 생산이 위축된 한국은 차제에 ‘에너지 자립’에 더 잘 부합하는 ‘바이오가스 활용 수소’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김영선 환경수석전문위원은 1일 “음식물쓰레기, 하수찌꺼기, 가축분뇨를 이용해 바이오가스(천연가스, 메탄, CH4,)를 개질(改質, Reforming)한 뒤, 수소(H4)를 뽑아내 자동차 연료로 쓰고 탄소(C)를 따로 포집해 활용하면 악취로 인한 지역 민원해결 등 1석4조의 경제・사회적 효과가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바이오가스 이용해서 수소생산 거점 마련
자연 배출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CO2)보다 80배나 강한 온실가스원인 데다, 정화한 천연가스도 주택용 도시가스 또는 자동차 연료로 쓰이지 않으면 태워 없애야 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불가피하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런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 수소차 연료로 쓰면 경제와 환경 모두에 이롭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8월11일 충청북도 충주 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공정개발센터 소속 장은석 책임연구원은 “바이오가스(도시가스)는 24시간 나오기 때문에 차량 충전소만 운영하고 수소를 만들지 않으면 충전시간 이외의 가스는 태워버려야 되기 때문에, 바이오가스 정화시설 가동률을 올리는 동시에 수소차용 수소도 만들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고등기술연구원은 ‘산업기술육성법’에 따라 30년 전인 1992년 산학연 연구협력 복합체로 설립된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연구원 예하 바이오자원순환센터는 동식물 부패나 폐자원으로부터 나오는 바이오 자원으로부터 에너지를 뽑아내는 연구를 벌여왔다. 충주 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지난 2019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를 통해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수소 융복합 충전소 기술개발 실증 사업을 충주에서 시작했다. 충주시와 충청북도 테크노파크, 효성, 비츠로, 산업연구원, 현대로템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수소도 만들어 옮기고 저장하는 단계의 가성비 고려해야
하루 500킬로그램 정도의 수소 생산을 목표를 잡았다. 수소차량에 충전할 압력 700바(Bar), 수소 트레일러 450바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충주 지역 수소차 200대를 충전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양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충주 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는 무엇보다 수소 출하 설비와 차량 충전 설비가 같이 있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계속 해서 수소를 생산을 할 수 있다. 가동률 90%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킬로그램당 수소 가격은 7000원대로 공급하고 있다. 시중에서는 8800원 정도인데, 그보다 킬로그램당 약 1100원 정도 싼 값이다.
장은석 책임연구원은 “좀 더 싼 값에도 공급할 수 있고, 정부도 더 싸게 해주길 바랐는데, 주변 다른 주유소나 수소충전소들이 너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충주시와 협의, 생산된 수소를 충주시 다른 충전소에도 공급하는 조건으로 7700원에 맞췄다”면서 “지자체 시설이니 지자체와 계약을 맺으면 가격변동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주에 다른 충전소가 있는데 그곳 수소는 더 비싸다. 음식쓰레기로 수소를 만드는 충주바이오융합수소의 경우 생산원가가 크게 낮은 반면 여수산업단지에서 나온 부생(그레이)수소를 사용, 생산단가도 높고 무엇보다 운송료가 만만치 않아 싸게 공급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영선 위원은 “전기든 수소든, 에너지는 저장과 운송 단계에서 효율과 비용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수소 에너지를 통찰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공허해진다”고 밝혔다.
생물 연원 유기물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감축대상에서 제외
음식물쓰레기와 하수 슬러지에서 천연가스(메탄)를 추출, 도시가스로 쓰는 바이오가스 활용 에너지기술이 이미 세금으로 진행돼온 가운데, 이처럼 바이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면 그린수소로 인정받을 수 있어 ‘탄소중립’과 ‘에너지자립’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공단 이준상 에너지정책지원부장은 “음식물 쓰레기나 하수도 슬러지 등으로부터 나오는 메탄은 소의 방귀처럼 생물학적 탄소배출로 분류돼 국가별 탄소배출량에서 제외 되고 있다”고 본지에 설명했다.
충주 수소융복합 충전소는 그럼에도 음식쓰레기 등으로부터 나온 천연가스(메탄, CH4)에서 수소를 떼어내고 남는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시설도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포집한 이산화탄소로는 용접용 액화탄산가스나 탄소섬유 등을 만들 수 있다.
충주 수소융복합 충전소는 수소 관련된 기술 검토 3가지를 동시에 받은 유일한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시설이다. 우선 현대로템의 고성능 개질기(reforming machine)로 음식물쓰레기와 하수도 슬러지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개질, 수소를 만들어 수소차량에 충전할 수 있다.
두번째로 안전한 압력을 맞춰 수소를 저장하는 시설, 마지막으로 안전한 운송과 충전시설이다.
어차피 처리할 음식쓰레기, 수소 뽑아 써 에너지 자립까지 이뤄
자체 저장 시설은 물론 트레일러에 수소튜브바를 싣고 다른 충전시설에도 쉽게 공급할 수 있다. 수소 생산 및 저장시설에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겨도 수소 충전소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 7000 루베(세제곱미터) 정도 메탄가스를 만들어 이중 2000루베를 도시가스로 공급하고 남은 5000루베에서 이산화탄소를 떼어내면 절반인 2500루베 정도의 수소가 만들어진다. 통상 천연가스(메탄)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비율은 6대4 정도 된다고 한다.
한편 충주 수소융복합 충전소에서 실증을 마친 현대로템의 바이오가스 융합 수소 개질 기술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해외 천연가스 수입에 의존하는 기존 블루수소 생산의 틈새를 확실히 메울 대안이 될 전망이다.
김영선 수석전문위원은 “쓰레기는 매일 배출되며 이를 처리하는 사회경제적 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에, 충주에서 실증에 성공한 바이오가스 활용 수소 생산・충전소 모델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자립’ 모두를 균형있게 충족할 수소 에너지 전환 모델로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한 환경전문가는 "현재 바이오가스 융합 수소 개질 기술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이 A광역시의 음식물쓰레기 바이오가스로 만든 수소만으로 운영 가능한 전동열차(tram, 트램) 운행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 전문가는 “광역시 단위의 프로젝트가 실증되면, 수소 에너지 전환에 대한 비전도 근본적으로 변화가 모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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