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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산업

[기고] 이제 행동이 따라야 하는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과 수소경제

(오재호=나노웨더 대표, 전 국립부경대 교수)


만약 대기 중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 지표의 평균 온도는 영하 18도 정도로 인류를 비롯한 지금과 같은 지구생태계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 기후에서 지표 기온이 영상 15도를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온실가스 덕분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8세기 중반까지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유량이 280ppm, 즉 공기 분자 백 만개 가운데 280개에 불과한 이산화탄소가 수증기와 더불어 지표 온도를 33도나 올려 오늘날의 지구생태계가 있을 수 있게 하였다. 

 

이후 영국, 미국을 위시하여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화석연료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250년 만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유량이 280ppm에서 350ppm으로 70ppm 정도가 증가하였다.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관심은 심각해질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기초로 1992년 6월 3일부터 6월 14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 회의(Rio Summit) 또는 지구 정상 회의(Earth Summit)는 전 세계 185개국 정부 대표단과 114개국 정상 및 정부 수반들이 참여하여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였다. 

 

기후변화 문제는 전 지구적 문제이기에 국제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만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모든 국가의 참여에 대한 합의를 마련했음에도 유엔기후변화협약은 모든 당사국이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일반의무와 부속서 I 국가(OECD 국가들과 경제이행국들)는 1990년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안정화하는 특별의무를 부여했지만 별다른 강제성 없는 느슨한 수준의 합의였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느슨한 합의를 넘어 역사적 배출 책임이 큰 부속서 I 국가들에 대해 의무적인 감축목표를 부여한 것이 리우회담 이후 15년이 지난 2005년 교토의정서였다. 이 합의를 끌어내는 데만 15년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지속해서 증가해 왔다. 개도국의 참여 없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2015년 선진국과 함께 개도국들도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해서 온도 목표를 달성해가기로 했다. 이후 2018년 10월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세계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2019년 9월 말로만 하는 선언을 넘어 행동하는 기후 행동 정상회의 이후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10월에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을 0으로 하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동참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기후행동 목표가 나오기까지는 30년이 걸렸고, 지구대기의 이산화탄소 함유량은 1992년 리우회담 때 보다 30년 만에 다시 70ppm이 늘어난 420ppm이 되었다. 즉, 리우회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이후 실질적인 행동지침이 설정되는 동안 세계는 리우회담 이전보다 거의 8배나 더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였다.

 

이제 우리에게는 또 다른 30년이 2050 탄소중립을 실천하여 지구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으로 주어졌다. 탄소중립을 향한 노력은 정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도 변화 중이다. 애플, 구글, BMW 등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 전력만 사용하겠다는 선언에 참여하고 있다. 2021년 11월 현재 세계 굴지의 342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이들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협력업체도 탄소중립의 흐름에 합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금융 또한 변화 중이다.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이 최우선 투자 고려 요소로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고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도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는 등 국제금융은 온실가스 감축을 주요 투자 우선순위에 두게 되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 걸까? 우리 사회 온실가스 배출의 86.9%(2018년 기준)가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되기에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탈탄소화가 핵심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전환 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는 없다. 광범위한 사회적 변화가 수반되어야만 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혁신과 해당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국민 인식과 생활양식 변화에 대한 고려, 경제적 비용과 편익, 일자리 변화와 식량·에너지 안보, 국제사회에서의 역사적 책임과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책임성, 포용성, 공정성, 합리성, 혁신성의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2018년에 부문별 에너지 소비는 석유(48.7%), 전력(20.1%), 석탄(14.2%), 도시가스(11.7%), 신재생에너지(4.0%), 열에너지(1.2%) 순이었다. 2050년에는 석탄·석유·도시가스 등 화석연료 소비는 크게 감소하고, 전력과 신재생에너지, 수소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 한다. 즉,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원료 위주의 화석에너지 경제에서 수소경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 핵심부품 국산화 등 수소 활용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수소경제를 선도할 기회가 오고 있다.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국가의 주된 에너지원을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고 수소차나 연료전지 등 경쟁력 있는 미래 유망품목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2022년 11월에 열린 수소경제위원회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핵심 수소 기반 기술 확보하고, 기업-학계, 전문기관을 연결하는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하고,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하며, 유망분야 수출산업화까지 정책 방향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말로만 하는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하는 2050 탄소중립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남은 30년이 지난 30년의 잘못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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