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가족명의로 재산을 빼돌리고 초호화생활을 누리는 고액의 세금 체납자를 적발하기 위한 ‘은닉재산 추적법’이 2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 소위심사 당시 여야 간 반대도 없었고, 올해 국세청 개혁과제로도 꼽혔지만, 이번 정기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은닉재산 추적법’은 과세당국이 고액세금체납자의 친인척에 대해 계좌 등 금융거래를 추적할 수 있도록 ‘금융실명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지난 2016년 11월 10일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발의했다.
초안은 1000만원 체납건의 경우 체납 당사자와 체납자의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는 사람에 대해 명의인의 동의 없이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받는 내용이었다.
2016년 정무위원회 심사에서 상임위원들은 법안 필요성 자체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
소위원회를 거치며 ‘범위가 너무 넓다’는 금융위원회 측의 반대를 수용해 범위가 ‘5000만원 이상 체납자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조정, 합의됐지만, 지난해 12월 22일 정무위 전체회의로 넘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진복 당시 정무위원장이 다시 적용범위를 축소하려다 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의결이 무산된 것이다. 이 정무위원장은 5000만원 이상 체납자의 4촌 이내 혈족, 인척을 제시했었다.
지난 1월 국세행정 개혁 TF는 세금체납 해소방안으로 한승희 국세청장에게 권고했고, 20대 정기국회에서 다시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 안건이 배당되면서 탄력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정무위 소관의 다른 법안심사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 내부에서는 내년이 돼야 논의대상에 오를까 말까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사이 체납으로 발생하는 국고손실은 매년 수조원에 달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미정리 체납액은 2014년 7조8482억원, 2015년 7조2436억원, 2016년 7조2억원, 2017년 8조1060억원, 올해 상반기 8조369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랫동안 체납을 할 수 없어 포기하는 세금은 2014년 7조8585억원, 2015년 8조93억원, 2016년 8조2766억원, 2017년 7조4782억원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세청이 체납자 재산추적을 명목으로 금융거래를 추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민정보보호 측면에서 과도하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체납징수를 위해서 금융조회를 허용하는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재산추적을 위한 조회 범위나 대상을 제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단계까지는 과세대상자의 6촌 이내 혈족, 체납자의 4촌 이내 인척의 금융거래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이 확정된 후 발생한 체납에 대해서는 사실상 친인척에 대한 금융거래 추적을 할 길이 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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