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고가 아파트에서 살면서 가방, 찬장, 트렁크, 개인금고 곳곳에 수천, 수억원대 돈을 숨겨놓고 밀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버티는 고액상습체납자들을 쫓는 국세청 공무원들의 추격 속도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세청은 그간 7개 지방국세청 단위에서 추진하던 체납징수활동을 전국 세무서로 확대하고, 고액상습체납자로 명단이 공개된 대상의 경우 더 촘촘한 추적조사를 펼칠 예정이다.
국세청은 4일 오후 4시부터 고액·상습체납자 개인 4739명, 법인 2099개 등 총 6838명의 명단을 국세청 홈페이지와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매년 2억원이 넘는 세금을 1년 이상 내지 않은 사람과 기업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액의 세목・납부기한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고액·상습체납자의 총 체납액은 5조4073억원으로 지난해 신규등록자보다 인원은 320명 줄었지만, 체납금액은 1633억원으로 올라 국세청으로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태다.
개인부문 체납액 상위 10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온라인 도박 운영자 1명, 부동산 임대업 4명, 도소매 등 유통업 3명, 건설업 1명, 금융업 1명이었다.
1위는 서울시 강서구 까치산로 거주 중인 홍영철(46) 씨로 부가가치세 1632억원을 내지 않았으며, 2위는 양도소득세 470억원을 체납한 충남 천안시 번영로 송윤섭(64, 부동산임대업)씨, 3위는 종합소득세 407억원을 체납한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최성민(49, 루멘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법인부문에서는 경기도 용인시 신수로 코레드하우징(대표 박성인)이 근로소득세 450억원, 경기도 평택시 포승남로 한서산업(대표 이종원)이 법인세 295억원, 경기도 이천시 아미리 서전마트(대표 이정봉)가 양도소득세 181억원을 체납해 최고체납자로 이름을 올렸다.
체납자들은 그간 은밀한 개인장소에 재산을 숨겨 국세청의 체납처분을 회피해왔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게 될 전망이다.
국세청이 내년을 체납자 추적조사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꼽고 전국 각 세무서 단위별로 독자적 체납조사와 징수처분에 착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 첫 시작은 내년 1월 조직개편 시행을 통해 각 세무서에 설치되는 체납징세과가 맡을 예정이다.
국세청은 지방국세청 체납자 추적전담조직을 가동해 올해 10월까지 민사소송 제기 및 형사고발 등을 통해 총 1조7000억원을 징수하거나 채권 확보하는 등 혁혁한 공로를 세우고 있다.
국세청은 여기에 매년 증가하는 체납규모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세무서에서도 행정처분부터 사해행위 취소소송까지 전방위적인 체납징수활동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한, 체납자의 배우자, 친인척까지 금융거래 조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금융실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친인척 계좌 등을 이용한 악의적 재산 은닉행위에 대한 대처가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2억원 이상 체납자의 경우 법원 결정을 받아 감치처분도 가능하게 된다.
강민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공정세정을 확립하기 위해 납세의무를 고의적으로 면탈하고 ‘조세정의’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악의적인 체납자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추적하여 징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세금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사업자에 대해서는 체납처분유예 및 징수유예를 적극 안내하는 등 최대한 세정지원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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