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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878억 영빈관 예산 졸속심의…용산 대통령실 찍혀 나오자 기재부, 초고속 통과

수 년 걸려도 어렵다는 신규예산…기재부 예산실 3일 만에 심의통과
수 시간 머뭇대다 여론 반발로 사업철회
고용진 “무려 878억을 대통령실 눈치 보고 ‘프리 패스’…또 다른 졸속 살피겠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878억원을 들여 영빈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졸속으로 처리된 것 아니냐는 국정질의가 제기됐다.

 

아무리 대통령실에서 넘겼다지만 나랏돈을 쓰려면 충분한 심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사실상 3일 만에 통과시키고, 이에 따라 차관회의,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마저 고속 처리됐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재부 예산실이 대통령 관리비서관실로부터 받은 영빈관 신축을 위한 사업계획서 예산심의를 불과 3일만에 졸속 통과시켰다고 27일 지적했다.

 

영빈관 신축은 국유재산관리기금을 꺼내다 쓰는 기금사업이다. 기금사업은 일반예산이나 특별예산과 달리 국회에서 정한 법률에 따라 사용되기에 심의과정이 다른 예산보다 더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기금편성 시기 또한 엄격한데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영빈관 신축과 같은 신규 국유재산 사업을 하려면 기획재정부 산하 기금사무청에서 매년 3월 31일로 정해진 공유재산 취득계획안을 접수해 5월 31일까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기획재정부 예산실로 보내 장관 검토를 받아 차관회의-국무회의-대통령 재가를 거쳐야 국회에서 예산심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의 영빈관 신축은 이러한 국유재산기금 절차와 전혀 맞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영빈관 신축안을 넘긴 것은 8월 19일인데 1차 기금사무청 심사, 2차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심의, 3차 기재부 예산실 심의가 불과 6일만에 끝나고 8월 25일 곧바로 차관회의 안건상정에 들어갔다.

 

접수된 날인 19일이 금요일이고, 20일, 21일이 주말인 점을 보면 본격적인 심의는 월요일인 22일부터 가능하며, 25일 오전 10시 차관회의 안건 상정 전 심의가 마무리 돼야 하기에 24일밤까지 심의가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규 예산이 기재부 예산실 심의과정을 통과하기란 매우 어렵다. 수 개월 걸리면 다행이고, 몇 년, 십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으며, 일반예산, 특별예산이 아닌 기금예산은 더욱 까다롭다. 그런데 영빈관 신축은 기금예산을 끌어다 쓰는 사업이면서 22일~24일까지 불과 3일만에 1차~3차 기재부 심의를 프리패스한 셈이다.

 

물론 대통령실 영빈관처럼 긴급한 수요가 요구되는 사업이라면 심의를 서두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3일만에 통과시킨 것은 대통령실 눈치보고 졸속 통과시킨 것 아니고서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 고용진 의원의 말이다.

 

실제 영빈관 신축안은 8월 25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후 8월 30일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9월 3일 국회 제출됐다.

 

9월 15일 저녁 언론 첫 보도 이후 여론 반발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다음날 16일 오후 2시에서야 영빈관 신축 추진을 실토했다가 불과 6시간 만에 철회했다.

 

고용진 의원은 “878억이 넘는 예산 심의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상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고 ‘프리 패스’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졸속으로 편성된 예산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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