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2 (금)

  • 맑음동두천 7.1℃
  • 구름많음강릉 11.9℃
  • 맑음서울 8.9℃
  • 구름많음대전 9.4℃
  • 맑음대구 6.1℃
  • 맑음울산 8.1℃
  • 연무광주 8.1℃
  • 맑음부산 10.3℃
  • 맑음고창 5.0℃
  • 구름조금제주 13.8℃
  • 맑음강화 7.7℃
  • 구름많음보은 9.0℃
  • 구름많음금산 6.3℃
  • 맑음강진군 6.1℃
  • 맑음경주시 3.9℃
  • 맑음거제 9.0℃
기상청 제공

[이슈체크] 쪽문 연 기재부 '세수추계 개편'…근본 모순엔 손 못 댔다

원인은 세수추계에 종속된 예산안 편성
외국에서 세수추계는 참고용…예산 편성은 독립적
‘최선은 다 했다. 하지만 자신은 없다’ 갑갑한 실무진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돈줄을 꽉 쥐고 있다. 기재부는 내년에 세금이 얼마 벌어들일지 예상하는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이 세수추계다. 정부는 이 세수추계 내에서 예산을 짠다. 지난해 기재부는 본 예산 대비 61.3조원이란 역사적 세수오차를 냈다.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빚으로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달했다. 세수추계를 담당하는 세제실장이 타 국실 출신으로 바뀌는 등 인적쇄신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가 내놓은 개편안을 보면 정말 바꿀 생각이 있는지를 의심이 든다. 기재부가 2019년 짠 세수추계 개편안과 별로 달라진 대목이 없다. 원인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기재부가 지난 2월 11일 발표한 세수추계 개편안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개편안에는 세수추계 모형을 고도화하고, 기재부 각 실국 및 징수기관과의 협의, 외부 전문가 검증을 하고, 여기에 주기적인 재추계와 사후평가 및 결과 반영 등의 설명이 4페이지에 걸쳐 따라 붙었다.

 

그런데 2022 개편안은 기재부가 지난 2019년 2월 8일 배포한 ‘2018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 보도자료 내 1페이지 짜리 참고문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2019년 2월 문제가 됐던 것은 2018년 세수추계 오류 때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행정부(청와대)는 확장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했다. 그런데 기재부는 2018년 25.4조원의 초과세수를 일으켰고, 행정부의 방침과 정반대로 긴축재정을 하도록 했다.

 

이에 여당과 행정부가 추계는 정부재정방침과 역행하는 세수추계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고, 기재부는 순순히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그것이 2019년 2월 1페이지짜리 ‘세수추계 시스템 개선방안’ 참고자료였다.

 

2019년 개편안의 내용은 2022년 개편안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2022년 개편안에서 추가되는 부분은 추계 과정에 부분적으로 쪽문을 열겠다는 것 정도다.

 

경기 변동 시 연간 전망치를 중간에 수정하는 절차가 들어왔고, 외부 연구기관과 교수 등과 협의 채널도 활성화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외부 자문 관련해서는 자문 인재풀도 바꾼다.

 

기재부는 세수추계 오차를 내지 않기 위해 조세재정연구원이나 국회 예산정책처 등 주요 기관까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왔다. 그러나 61.3조 세수오차는 터지고야 말았다.

 

이에 기재부는 기존 자문해주던 교수들이나 국책연구기관들 말고 세수추계 관련 비판을 해온 경제학 교수나 민간 연구소들의 이야기도 듣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데이터나 모형을 모두 투명하게 준다고 해도 결과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책임의 문제가 걸린다. 1년 반 후의 경제동향을 ‘전망’하는 것 자체가 그 자체로 틀릴 가능성을 내포한다. 주도적으로 나섰다가 나중에라도 틀리면, 기재부가 계속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 계속 돈줄 쥐겠다는 기재부, 속 타는 실무자들

 

2022 개편안이 나왔지만, 기재부 세제실 내부의 표정은 어둡다.

 

세수추계 개편의 목적은 다음에는 틀리더라도 크게 틀리지 않기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어떠한 기관들도 1년 반 후의 경제상황을 짚어내지 못한다. 국내 최고의 인력들이 배치된 기재부라도 마찬가지다. 언제 얼마의 오류가 튀어 나올지 모른다.

 

그런데 세수추계가 반드시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옳은 것은 아니다. 


세수추계의 가장 큰 문제는 세수추계를 정해놓고, 그 범위 내에서 한해 예산을 설정하는 구조다.

 

한국은 1) 기재부 세제실이 내년 1년간 세금 벌이를 추정하면(먹을 파이 설정) 2) 기재부 예산실 주도로 각 정부부처 등이 이를 토대로 예산을 짜고(분배 결정) 3) 국회가 예산 편성을 승인하는 구조(분배 최종 조율)로 진행된다.

 

1) 단계인 ‘파이 결정’에 따라 2) 단계나 3) 단계의 규모도 결정된다.

 

1) 단계가 크게 잘못되면 여당은 예산 때문에 밀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추경을 짠다.

 

야당의 반대로 1개월 정도 국회 일정이 밀리기도 하는데 이 탓에 국회 처리 법안이 수십, 수백개씩 밀려 나중에 제대로 된 검토없이 날림으로 법안들이 처리되기도 한다.

 

외국 주요국들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대신 ‘1) 예산을 짠다 2) 국회가 승인을 한다 3) 세수전망치로 그 해 예산이 흑자편성인지 적자편성인지만을 표시한다’는 식으로 운영한다.

 

한국처럼 세수전망치에 맞춰 예산을 짜지 않기 않기에 세수전망치를 운운하며 입씨름할 필요가 없다.

 

 

세수추계 관련 실무자들은 입을 닫고 있다.

 

세제실 실무자들이 한 일이라고는 위에서 시킨 대로 주변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기존 모형을 조정해가며 일한 것이 전부다. 

 

개선안을 마련해봤자 언젠가 오류는 터질 것이고, 잘못된 구조 하에서 책임은 실무자들에게 떨어지고 있다.

 

“세수추계로 예산 규모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다. 어떻게 1년 반 후를 맞추나. 모순은 그대로 두고 해법을 찾으라 한다.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장담은 못하겠다.”

 

 

◇ 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하나?

 

“옛날에는 포퓰리즘으로 멋대로 예산 쓰지 못하도록 관료들이 소신으로 다 막았어. 국회가 잘못 나갈 때 관료가 소신이 없으면 누가 막나?” -전직 기재부 고위 관료의 말-

 

기재부가 정부 예산 설정권(세수추계)를 놓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관료의 소신론을 꺼내들고 있다. 

 

국회가 항상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표심 때문에 그릇된 판단을 하기도 하고, 이에 대해 관료가 소신을 가져야 하는 것 자체는 맞다.

 

다만, 관료의 소신이 언제나 옳을 수는 없다.

 

균형재정은 정부 재정과 관련해 뿌리깊은 소신 중 하나다. 재정에는 적정선이 있어서 번 만큼 쓰고, 더 벌었으면 저축하거나 빚을 갚고, 돈을 더 벌릴 때가 있을 때만 빚을 내는 식이다.

 

가계나 기업이었다면 지극히 상식적인 방식이지만, 정부는 아니다.

 

가정에서는 아픈 어린 자녀를 위해 부모가 빚을 내서라도 병원비를 댄다. 자녀가 부모에게 얼마나 돈이 될지를 따지지 않는다. 아무리 따뜻한 부모라도 다른 집 아이에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정부에게도 기업적 경영마인드가 필요한 때가 있지만, 때로는 돈 벌이가 안 되더라도 필요한 사람을 위해 돈을 쓴다. 정부는 공공 서비스 기관이지 영리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탓에 해외 주요국에서는 제대로 된 곳에 돈을 썼는지를 더 따지고, 이를 위해 세금을 어떻게 걷는지 사람들을 위해 쓰는지 등을 조명한다. 하지만 우리는 쓰지도 않고, 잘 거두지도 않으려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구조에서 재정은 소극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으며 세수추계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쌓여 가고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아이 낳고 싶지 않은 여성이 대부분인 나라
(조세금융신문=이상현 편집국 부국장) 1년 가까이 저출생 문제를 장기 취재하면서 줄곧 든 생각이 한국의 미디어 환경이다. 방송카메라는 온종일 독신 유명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 연예인 가족의 일상을 샅샅이 훑는다. 시청자들은 간간이 미소 짓고, 자주 한숨 짓는다. 저소득 노동자들의 일상은 대략 비슷하다. 택배상자를 뜯어 찰나의 소소한 행복감에 젖고, 대기업의 반제품 요리재료꾸러미(meal kit) 포장을 뜯어 백종원의 지침대로 요리도 해먹는다. 다국적 미디어 플랫폼 N사의 영화를 보다가 잠든다. 침대에 누워 SNS를 뒤적일 시간도 사실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 그저 그런, 그냥 일상의 연속이다. 바다가 보이는 별장에서 진짜 정성을 기울여 만든 요리를 함께 모여 먹는 장면을 보면서 컵라면을 먹는다. 1인당 입장료가 15만원인 호텔 수영장에서 아이와 신나게 물장난을 치는 장면을 보면서 한숨을 쉰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 값이 850만원짜리라는 걸 결혼한 친구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한숨은 잠시 분노 섞인 탄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TV나 유투브를 보는 동안 내 인생과 연예인의 인생은 그럭저럭 공존한다. 폼나는 부분은 연예인 인생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궁색하고 구질
[인터뷰] 인성회계법인 이종헌 회계사 “세무회계 전문가, AI활용으로 더욱 고도화된 역할 감당해야”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지난 8월 26일 홀리데이인 인천송도 호텔에서는 ‘2024 인천지방세무사회 회직자 워크숍’이 열렸다. 상생과 화합을 다짐하는 이 자리에서는 ‘회직자가 알아야 할 회무 관련 규정’, ‘온라인 전자투표’ ‘GPT를 활용한 전문직의 미래’ 등의 다양한 주제 발표도 이어졌다. 이날 취재를 하면서 생성형 AI를 대표하는 ChatGPT 등을 세무회계 전문가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떤 또 다른 미래가 다가올까에 관심이 더해졌다. 이날 ‘GPT를 활용한 전문직의 미래’ 강의는 인성회계법인 이종헌 회계사가 맡았다.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AskUp(아숙업)이다. 카카오톡 채널인 아숙업을 통해 ChatGPT 무료 버전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필자도 바로 채널을 추가해서 활용해 봤다. 변화하는 세상이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이종헌 회계사를 만나 워크숍 참석한 세무사들의 반응과 함께 세무회계 전문가들이 앞으로 어떻게 AI를 대비하는 게 좋을까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강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많은 세무사가 AI, 특히 GPT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셨어요. 질의응답 시간에는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