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별 다른 이유없이 세금을 안 내는 고액·상습체납자를 구치소에 감치하는 ‘고액·상습체납자 감치제도’가 시행됐지만, 시행 2년 동안 실제 감치가 이뤄진 경우가 한 건도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확보한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감치제도 운영 현황.’
국세청은 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 3명, 올해 신규로 4명을 고액·상습체납자 감치신청 대상자로 의결했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만도 100억9200만원, 체납건수는 211건에 달한다. 이들은 악성체납자로 이중 1명은 세금 압류를 피하기 위해 위장이혼을 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소송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감치가 집행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감치 의결 직후 체납세금 일부를 납부한 긍정적 사례도 있었지만, 집행을 위해 협조해야 할 검찰·경찰이 소극적이란 이유에서다.
국세청이 감치대상을 결정해도 검찰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고 재판에서 법원 결정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지리멸렬하게 진행되면서 사실상 제도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액·상습체납자 감치 대상은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2억원 이상 국세를 3회 이상, 1년 이상, 2억원 이상 체납한 사람 중 국세정보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된다.
김주영 의원은 국세청이 운영하는 다른 감치제도들도 유명무실한 점을 볼 때 고액·상습체납자 감치제도도 팻말만 걸린 빈깡통 제도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국세청 양육비 미지급자 감치의 경우 실집행률은 10% 언저리. 신속하게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감치대상자가 주소를 속이거나 숨어지내는 방법으로 감치를 피하고 있다. 법원의 구인명령의 효력이 6개월밖에 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김주영 의원은 “집행단계를 거치며 상황을 봐야겠지만, 같은 이유로 실제 집행률이 저조할 수도 있다”며 “악의적으로 체납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를 위해서는 감치제도 전반의 실효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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