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감사원이 전 정부 주요 공직자 7천명에 대한 정체불명의 신상조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국세청도 이에 가담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7천명의 기타소득 자료를 국세청에 요구했는데 명확한 사유없이 이 자료를 넘겨줬다면 국세청이 법을 위반해 공무상 비밀유지 의무를 어겼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모르겠다고만 회피하고 있어 의심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국정감사.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전인 지난 7일, 국정감사법에 따라 감사원이 국세청에 보낸 공문을 제출할 것을 국세청에 요구했다.
6일 MBC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코레일과 SR 공문을 보내 공직자 7131명의 열차 이용 내역을 요구했다.
대상은 6·70년대생 공공기관 국과장급 주요 공직자로 탑승일자, 출·도착 장소와 시각, 열차명, 운임과 반환 여부 등 세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공문에 구체적 사유없이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 실태 조사’란 이유만으로 해당 자료를 요구했다.
비슷한 시기, 감사원은 국세청에도 7천명의 기타소득자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국가 공권력은 구체적 혐의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 원칙은 공직자 조사에도 적용된다. 구체적 혐의없이 쌍끌이 식으로 마구잡이 먼지털이식 조사를 했다면, 그 자체로 불법 사찰에 해당할 수 있다.
아직 이 공문의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만일 구체적 사유없이 코레일 수준의 사유로 자료를 요청해 받았다면, 요구한 측, 제공한 측 모두 불법적 사찰을 했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형사처벌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 당일인 12일까지 국세청은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정태호 의원이 박해영 국세청 감사관까지 불러 물었지만, 법적 송사를 의식한 듯 공문의 내용이 뭔지, 공문에 따라 자료를 감사원에 제공했는지 여부에 대해 ‘모르겠다’라며 고의적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국세청 감사관은 감사와 감찰 관련 감사원과 소통책인데, 7천명 개인 소득자료를 요구하는 중대한 내용을 감사관이 몰랐다는 것은 감사관을 업무에서 누락시키고 비밀리 내부에서 처리했거나, 아니면 감사관이 모른 척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태호 의원은 국세청이 구체적 사유없이 자료를 감사원에 넘겼다면 국민에 대한 배반행위라고 경고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해당 공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고발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은 “7천명 개인신상 정보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감사원이 무슨 근거로 7천명 기타소득 정보를 요구한 건지 자료를 달라는 것”이라며 “오늘 국정감사하고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만일 제출을 안 하면 민주당은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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