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관련 입장이 ‘자리’에 따라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야당 의원 때는 민주당과 협력해 금투세 입법에 협력했던 추 부총리가 윤석열 정부에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자리에 오르자 손바닥 뒤집듯 금투세 협력을 뒤집고 금투세 근간을 무너뜨리는 세법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 부총리는 그 때(야당 의원)와는 ‘증시’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명했지만, 달라진 상황이 ‘자리’ 때문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 부총리가 20대 국회 야당 의원이었던 시절 ‘주식 양도세 합리화, 증권거래세 폐지’ 취지로 발의했던 법안을 스크린에 띄웠다.
추 부총리는 21대 국회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을 10억 이상 보유자로 법률에 못 박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국회 기재위에서 민주당의 금투세 도입에 협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은 직후 내놓은 세제개편에서 추 부총리의 태도는 정반대로 달라졌다.
자신의 법안에서 최대 핵심이었던 10억 이상 대주주 부과 원칙을, 100억 이상 보유자로 늘려놨을뿐더러 양당간 협의에 의해 통과시킨 금투세를 2년 유예하기까지 했다.
추 부총리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추 부총리는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과세체계를 주식시장에서 직접 투자자에게 미칠 수 있는 제도변화는 때가 아니다”라며 “금투세를 시행하면 과세대상이 현재 1만5000명인데 약 15만명으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이 부분 세수증가 1조5000억원(양도세수) 더 들어오는 것은 시장에 영향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면 투자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일각의 논리를 수용한 셈인데 경제학에서는 국경간 자본 이동은 금리(자본 조달비용)와 환율(화폐간 시세)에 따른 수익률에 따른다고 보고 있다.
주식가격은 기업 미래 성장기대를 머리로, 자본이동성(금리와 환율)을 몸통으로 하며, 세금은 꼬리에 불과한 데 그 꼬리가 주가하락 및 해외자본이동을 이끄는 주체라고 말하기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유 의원은 금투세를 시행한다고 해도 주식투자자 중 상위 1% 정도가 부담하는 세금이며, 정부 안대로 과세대상을 10억원 이상 보유에서 100억원 이상 보유로 올릴 경우 10명의 부자가 내던 세금을 1명의 부자만 내는 세금으로 초부자만 내는 세금으로 쪼그라 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확보한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 납부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주식양도세 신고한 투자자는 6045명으로 전체 개인 투자자의 0.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양도세는 현행 제도로도 주식투자자의 0.1%로 안 내는 세금이다. 추 부총리가 추진하는 세제개편이 이뤄질 경우 과세대상자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추 부총리는 높은 변동성(하락장)에서는 고액 투자자에 대한 주식 양도세가 일반 개미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지만, 주가가 기업 성장력이 아니라 소수 대주주의 매각이란 단편적 현상만이 기업 주가에 어느 정도 강도의 영향을 미치는 지는 언급하지 않았고, 세금을 낮춰준다고 해서 팔 기업을 안 팔게 할 수 있는지도 근거를 대지 않았다.
유 의원은 “지난해 국내 5대 증권사 고객의 실현 손익 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5000만원이 넘는 순익(금투세 과세최저점)을 올린 투자자는 0.8%에 불과했다”며 “정부가 금융투자소득 상위 1%를 위한 대책을 쏟아내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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